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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수의 당원, 신음하는 비 당원 [탈북여성의 수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6.08


    북한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신성분이 존재한다. 3대 계층 45개 부류로 분류하여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 같은 것은 전혀 통하지 않는 곳이 북한이다. 
 
북한주민의 28%밖에 안 되는 핵심계층은 북한의 매개 조직체마다에서 조선노동당, 즉 수령을 위하여 핵심매개체 역할을 감당한다.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에는 '조선노동당은 모든 정치조직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형태의 정치조직이며, 정치 · 군사 · 경제 ·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통일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사회의 영도적 정치조직, 혁명의 참모부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조선노동당은 북한의 모든 조직체 중에서 가장 최고형태의 조직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독재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절대적 기구가 되었다. 
 
북한 조선노동당의 수장자리는 대대로 김 씨 일가의 것이었다. 194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조선공산당 서북 5도 당책임자 및 열성자대회’(10. 10-13)에서는 김일성을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하였고 이후 1980년 당 제6차 대회에서 김일성의 공식 후계자가 된 김정일은 조선노동당 비서라는 직위를 거쳐 김일성이 죽은 다음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되었다. 
 
오늘날 김정일 사망 후 총비서가 공석 이였던 북한은 2012년 당대표자 회의에서 김정은을 당 제1비서로 추대하고 김정일은 영원한 총비서라고 명시하였다. 즉 당은 곧 수령이요, 당은 곧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였다. 
 
2015년 당 창건 70돐 경축행사와 관련하여 북한에서 나온 정론 하나를 살펴보더라도 역사의 주인공은 인민이라면서 당의 새로운 전성기는 ‘김정은 의 당’이라고 했다. 과연 북한이 말하는 조선노동당의 역사의 주인공은 인민 이였을까? 
 
북한이 말하는 역사의 주인공이 된 인민에는 주연배우와 조연배우가 있다. 당의 신임을 얻은 자, 당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자, 당원이 된 주연배우가 있고 당에서 하라는 대로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당원이 될 수 없는 조연배우들이 있다. 주연배우들, 당원들의 자리는 언제나 조연배우들의 머리위에 있었다. 
 
북한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각 부류별, 계층별로 만들어 놓은 여러 조직들의 책임자는 당원들만 될 수 있는데 이 조직책임자들은 당원이라는 직함을 들고 인민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눌러 사회에 대한 반감의식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눈을 쳐들어 사회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도록 하였다. 
 
소년단 조직이라는 조직체에도 당원인 소년단 지도원이 있었고 청년동맹에도 청년비서라는 당원이 있어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당의 지시대로, 즉 수령의 지시대로 관리, 감독 통제하였으며 조그마한 일탈에도 소년수용소로 보내어졌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당이 바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사정없이 두들기는 매도 참아내야 했으며 고된 노동에도 신음소리조차 내면 안되었다. 매일아침 재래식 변소(화장실)를 청소하는데 손으로 물걸레질 하는 것은 기본이요, 손바가지를 들고 대소변을 퍼내야 하는 등 당이 바라는 사상개조의 길은 참으로 힘든 고통의 시간들이였다. 
 
그래서 북한청소년들에게는 사춘기라는 단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성장한 청소년들이 군대로 사회로 진출해 나가면 소위 인민을 위한다는 위선을 뒤집어쓴 이보다 더 강력한 조직체들이 또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자그마한 일탈현상에도 무자비하게 공개처형으로 목숨을 앗아가고 정치범수용소라는 곳으로 보내 일생을 꼬리 없는 짐승으로 살아가도록 한다. 
 
4군단에서 군인으로 생활할 때였다. 중대에는 여자 4개 소대와 남자 한 개 소대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군인들의 입대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 있는데 바로 간부사업이다. 간부사업이라 함은 출신성분을 먼저 따져본 후에 매 개인의 충성도에 따라 군관학교로 보내 당의 핵심간부로, 당원으로 키워 비당원인 조연배우들을 감시하고 관리 통제하는 직업을 주는 곳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간부사업 때문에 군인들 간에 살인도 일어나는 곳이 북한이다. 1992년, 같은 날 입대를 하고 같은 훈련을 통해 군인으로 무장해가던 군인들 속에서 살인사고가 일어났다. 군복무 2년차로 접어들던 어느 날 중대에 군단 간부과 지도원과 대대 정치지도원이 내려왔다. 
 
중대장 사무실에 틀고 앉은 그들은 2년차 군인들 23명 중에서 10여명을 중대병실로 불러들였다. 군단에서 대대에서 내려온 간부들이 부르는데 당연히 훈련도 잘하고 군무생활도 규정대로 잘하는 군인들이 불려 갈 것이라 짐작을 했다. 10여명의 군인들은 대개 이랬다. 
 
평양에서 아버지가 무역일군을 하거나, 군관을 하거나, 대학교수를 하거나, 등등 훈련과 군무생활과는 전혀 상관없고 출신성분과 당원인 부모들의 권력으로 선출된 군인들이였다. 간부들이 던져주는 한 장의 종이위에 초등학생들도 쉽게 풀 수 있는 수학문제와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날 등을 적어내고 나니 군관학교 선출 1차 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이었다. 
 
2차 신체검사를 통해 남겨진 6명의 군인들은 모두 군관학교에 보내졌고 6개월 후 어깨에 별을 달고 중대 소대장으로 배치되어 왔다. 누구보다 훈련도 잘했고 늘 모범생활을 하던 평북도 에서 온 춘영이는 졸지에 동기생 소대장을 상급으로 모시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소대장의 ‘갑 질’은 도를 뛰어넘었다. 
 
상하 일치라는 간판을 내걸고 소대 작업시간에도 춘영이에게 삽을 쥐여 주고 병사들 보는 앞에서 노동을 시켰고 밤잠을 재우지 않고 소대군인들의 세탁을 시키는 등 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고통은 다 주는 것이었다. 나날이 심해지는 소대장의 행태에 춘영이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제대를 앞두고 입당 심의 과정에서 소대장이 토를 달기 시작하면 당원이 될 수 없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드디어 입당심의의 날이 다가왔고 심의 위원이 되어 토를 달기 시작한 소대장 때문에 춘영이는 1차 심의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날 저녁 중대 직일관을 자처하여 근무에 나간 춘영이는 소대장의 권총을 들고 와 총을 난사했으며 소대장과 춘영이의 운명은 그렇게 끝났다. 
 
이밖에도 북한군에는 혼성 중대에서 늘 일어나는 사건들도 비일비재하다. 북한군 혼성 중대에는 간부라고 해봐야 남성중대장, 부중대장, 정치지도원, 각 소대 여성소대장, 사관장이 전부였다. 전부 당원들이였고 각자가 자기가 맡은 직책에 따라 병사들을 군사규정의 요구대로 이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중대장은 모든 중대생활, 즉 훈련, 상학시간, 일과생활, 등을 살피느라 했고 부중대장은 중대장을 도와 일을 해나가는 척 했다. 
 
1999년 가을 갑자기 우리중대에 군단 검열성원들이 들이닥쳤다. 중대장 사무실과 한 건물을 쓰고 살던 2소대 전원을 감금하고 종이 한 장씩을 던져주면서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한 행동들, 군인들과 있었던 사소한 일까지도 빠짐없이 기재를 하고 군인들 간에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어리둥절해 있던 군인들은 늘 생활총화를 통해 잘 단련되어 왔다는 것을 방증이라도 하듯이 종이 장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몇 날 몇 시에 병실에 들어왔으며 어떤 군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저녁시간마다 퇴근을 하지 않고 소대장 포함 군인들을 불러들였다는 지 등의 내용들이 하나 둘 나열되기 시작했다. 
 
종이 장을 통한 1차 검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중대 전원을 한명씩 불러들여 개별담화를 통해 중대장, 부중대장, 정치지도원의 행실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한 군단 간부들은 중대를 떠났으며 그 날부터 중대간부들의 얼굴빛은 창백을 넘어 살아있는 인간 같질 않았다. 
 
불과 보름이 지나지 않아 중대에는 듣고도 믿기지 않는 명령문이 떨어졌다. 군단 검열성원들과 대대장이 중대에 나와 발표를 하기 시작했는데 중대장, 부중대장은 강제철직제대, 2소대 여군 병사 2명 생활제대, 소대장 제대, 나머지 군인들은 입당보류라는 명령문 이였다. 
 
내용은 이랬다. 40대 초반의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저녁마다 퇴근을 해야 하지만 개인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부대군인들을 돌본다는 명분을 내세워 퇴근을 마다하고 사무실로 여군들을 불러들였으며 2소대 30여명의 여군들 속에서 22명을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데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당원이라는, 중대의 간부라는 직위를 내세워 여군들의 인권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그들을 짐승 취급했으며 조연배우에 지나지 않는 여군들은 그렇게라도 살아남으리라 순결 같은 것을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같은 지붕아래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그런 짐승 같은 일들이 벌어진 줄도 몰랐던 우리는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으며 그보다는 이런 인간 같지 않은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한 처벌 이였다. 
 
그들은 강제철직제대라는 명령 하에 군복을 벗고 사회로 버려지는 것으로 모든 처벌이 끝났으며 더 이상 법적 제재를 받질 않았다. 오히려 생활제대를 당한 여군들 중 한명은 집으로 돌아가 사회에서 받을 냉대 때문에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자살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해자도 당원이기에 국가가 품 들여 키운 간부였기에 용서가 되는 북한은 주연배우들만 살아가라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과연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북한주민들, 그들에게 주연배우들이 짓밟는 ‘동물농장’의 돼지들과 같은 삶을 끝내는 날이 오기나 할까?
 
탈북자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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