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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리마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여전한 의문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28

세계일보

지난 달 22일 발생한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의 내막이 드러났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26일(현지시간) 당국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시간 후 정체불명의 반(反)북단체 천리마민방위가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음에도 범행 목적과 용의자의 신원이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보기관까지 사건에 등장하면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미스테리한 사건은 오늘 더 낯설어졌다”고 했다.

세계일보

반 북한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지난달 22일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연계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자유조선은 26일 오후(세계표준시 UTC 기준) 홈페이지에 올린 ''마드리드에 관한 팩트들''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일은) 습격(attack)이 아니었다"며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responded)했던 것뿐"이라며 대사관 침입을 인정했다.


◆범행 목적 뭔가

스페인 고등법원이 이날 공개한 수사결과문에는 이 사건을 “범죄조직에 의한 강도, 불법감금, 상해, 문서위조, 협박, 절도 혐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6대 혐의와 범행 과정은 상세하게 공개됐지만, 범행 동기나 목적은 분명하지 않다. 괴한들의 공격이 북한 관계자들을 탈북시키기 위함인지, 북한 내부 정보를 탈취하려는 것인지, 북한 자산을 훔치려는 것인지, 세계의 관심을 끌어 자기 단체의 주장을 선전하려는 목적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괴한들이 경제참사를 결박하고 검은 봉지를 씌우며 한시간동안 탈북하라고 협박한 데 주목했다. WSJ은 “천리마민방위는 고위급 탈북을 가속화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탈북자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덧붙였다.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소속이던 조성길 잠적 사건에서 보듯, 북한 외교관 탈북이 언론매체의 관심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외교관들을 탈북시켜 여론전에 활용하려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세계일보

천리마민방위가 지난 3·1절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의 임시정부를 선포했다는 내용을 ‘더 자유일보’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


◆FBI 접촉 누가 먼저 요청했나

스페인 고등법원이 이날 공개한 수사결과문은 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 아드리안 홍창이 습격 닷새 후인 2월 27일 습격 사건과 관련된 정보, 획득한 시청각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뉴욕에서 FBI와 접촉했다고 적시했다.

법원의 공식 발표 전, 천리마민방위가 습격 사건의 범인이라고 최초로 단독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이 단체가 먼저 FBI에 접촉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천리마민방위는 그러나 “FBI의 요청으로” 만나 “잠재적으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누가 먼저 요청했건 이 같은 활동은 미국 정보기관의 통상적인 활동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작은 충격에도 깨질 수 있는 아찔한 살얼음판을 지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반북단체와 접촉에 나섰다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만으로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반북단체를 통해 북한 정보를 탐문하려했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자꾸 노출되는 미국 정보기관

세계 최고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 정보기관이 자꾸 허술하게 노출되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미국 정보기관 활동이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언론은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은이 암살되기 직전, 미국 CIA관계자와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국 국무부는 “이 사건은 미국 정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주도한 홍창이 FBI를 접촉한 것은 스페인 법원의 공개로 처음으로 공인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이 신분을 밝히고 민간인 또는 민간 단체를 접촉했는지도 의아한 대목이다.

이외에도 스페인 언론은 최근 습격 사건의 용의자 10명 중 2명이 미국 CIA와 관련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일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북한 영내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훼손하는 34초 분량의 영상을 20일 게시했다. 영상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사무실로 보이는 곳의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 바닥에 내던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초상화를 감싼 유리가 소리를 내며 깨지면서 파편이 사방에 튀고, 액자는 산산조각이 났다.


◆천리마민방위 단체 정체 드러나나

천리마민방위는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벌어진 긴급한 상황에 대응해 초대를 받아 간 것”이라며 습격 사건의 주인공이 자 단체임을 공개했다. 그러나 스페인 법원은 괴한 10명 중 7명 신원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3명의 국적과 이니셜(A.H.C, S.L, A.R.L)만 공개했다. 이들이 하나의 단체인지, 단체명은 무엇인지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 이니셜을 두고 ‘아드리안 홍창’(멕시코인), ‘샘 류’(미국인), ‘우람 리’, ‘우란 리’(한국인) 등으로 보도하고 있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아드리안 홍창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 ‘아드리안 홍’이라고 지목했다. 아드리안 홍은 2006년 중국에서 탈북자를 탈출시키려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미국으로 추방된 적이 있다. 나머지 2명은 한국식 이름과 비슷해 탈북자 출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천리마민방위의 법률 자문을 했다는 인물도 나타났다. 올로스키 리 미국 변호사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과거 미국 국무부 등 정부에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는 인물로 소개했다. 그는 NYT에 천리마민방위가 북한을 해방시키려는 단체라면서 “(스페인 법원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내용들이 부정확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천리마민방위는 북한의 국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맞서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의 임시정부를 세웠다고 주장하는 단체로, 어느 나라 정부를 통해서도 정체가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WSJ가 2017년에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해 “북한 내부에도 회원이 있다”는 천리마민방위 측 주장을 보도하 바 있다.

천리마민방위는 2017년 피살된 김정남 아들 김한솔 동영상으로 유명해졌고, 이번 습격사건 뒤인 2월 25일 “중대발표를 하겠다”며 관심을 끈 뒤, 3·1절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의 임시정부 설립을 선포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예고까지 한 야심찬 발표를 제일 먼저 보도한 곳은 ‘더 자유일보’라는 신생 인터넷 매체였다. 이 매체는 천리마민방위가 홈페이지에 임시정부 선포 동영상을 올린 직후 자사 홈페이지에 ‘[단독]천리마 민방위, 임시정부 수립 발표’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 매체는 2017년 9월 등록된 신생 매체로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 위치하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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